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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딸에게 쓰는 아빠의 편지

2023년 11월 13일 - 수험생 딸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

by 딸부자 라이언 202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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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에게

 

이제 정말 수능이네. 이번 주 주말이 되면 연이가 드디어 집으로 오는구나.

기러기 아빠 생활 이후로 가장 긴 시간 동안 연이를 보지 못한 시간이었던 거 같다.

한 달마다 잠깐 3일 정도 나올 때마다 아빠는 너무 반갑기도 했지만, 너무 안타깝기도 했다.

너무 이쁘고 아름다운 시간을 유배지 같은 곳에서 보내야 한다는 게, 그리고 연이를 볼 수 없다는 게...

 

기숙 학원은 아니었지만 아빠도 재수를 해봐서,

그 10개월 동안의 기숙 학원 생활이 얼마나 불안하고 길고 지루한 시간이었는지...

아빠도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참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이 들었을 거 같아.

공부가 정말 하기 싫었을 때도 있고, 시험에 성적이 오르지 않을 때는 답답하고 힘들기도 했었으니까.

 

공부란 게 이제 막 시작을 해서 시간을 들여서 연습하면

조금씩 내 실력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운동 같은,

치트키나 특별한 아이템 같은 게 있어서 한 번에 실력을 올릴 수 있는 게임 레벨 같은 게 아니니까.

그래서 긴 시간을 공부해도 그 노력들이 수능이라는 테스트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에 힘들고 지치는 거 같다. 하지만 연이는 성실히 그 시간을 채워온 거 같아서 대견하고 기특한 거 같아.

지난번에 얘기했지만 보잘것없는 하루하루를 반복해서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게, 그게 대학 입시인 거 같아.

 

그 반복적인 연습으로 그 루틴을 기억해서 머리가 아닌 뇌 근육이 바로 반응하는 그런 너만의 공부 근육을 만들어야 하는 거지. 결국 누가 그 하루의 시간을 더 충실하게 보냈는지, 그 한 시간 한 시간의 성실한 노력이 쌓여 결과를 바꾸고, 네가 원하는 인생으로 바꿀 수 있는 너만의 치트키가 되는 거야.

 

매주 편지를 썼는데, 이 편지가 연이한테 보내는 마지막 편지라는 게 아빠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벌써 10개월이란 시간이 지나갔다니, 다음 주면 연이를 집에서 매일 볼 수 있다니.

아빠는 연이가 집에 온다는 게 너무 기쁘고 기대된다.

집을 떠나 혼자서 보낸 시간들이 연이를 얼마나 성장시켰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 시간들이 공부와 함께 너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성인이 된, 20살이 된 성숙한 연이가 너무 보고 싶다.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네가 성실히 해왔던 지금까지 그 루틴 그대로.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네가 원하는 목표에 조금 못 미쳐도 괜찮아.

너무 지치지 말고, 네가 지금까지 묵묵히 보낸 시간을 믿어봐.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네가 찬란히 빛나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 올꺼야

 

그동안 집 떠나 공부하느라 너무 고생했다.

엄마 아빠는 연이 너무 사랑하고 많이 보고 싶다.

 

아빠가.

 

2023년 11월 12일 저녁 어느 까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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