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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성장 시키는 글과 생각

아버지를 보내며

by 딸부자 라이언 2024.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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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퇴근을 하고 누나한테 몸이 안 좋으시다는 가족 단톡방에 글을 보고, 이미 지병이 있으셨기에 아버지도 엄마처럼 힘든 길을 가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30분 뒤에 아버지가 숨을 안 쉰다는 누나의 메시지와, 119를 불렀다는 글을 보고 와이프와 옷을 챙겨 집을 나선 지 5분도 안 돼서 돌아가셨다는 카톡을 차 안에서 보게 되었다.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내 생각을 벗어난 타이밍에 당황하고 호흡이 잠시 불편했었다.

이틀 전 주말에 형과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목포 여행을 다녀왔다는,

그래도 돌아가시기 전에 잠시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위안으로 그동안 아버지를 찾아뵙지 않은 미안함을 감추고 싶었지만 3~4년은 더 보고 있었기에, 아버지가 이 세상에 안 계시다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아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듯하다. 그리고 아직도 아무 느낌이 없이, 일어나지 않았던 일처럼 느껴진다.

 

목표 여행 때 아직 그곳에 살고 있는 사촌 형한테 아버지 20살 때의 흑백 사진 몇 장을 받았다.

스캔을 해서 가족 밴드에 올리면서 천천히 사진을 보던 중에 아이들이 내 모습이 할아버지랑 너무 닮았다는 얘기를 하는 거를 보니, 형보다 내가 아버지를 더 닮았다는 생각이 틀리지는 않은 거 같다.

 

2년 전 불편하신 엄마를 지방에서 서울로 모셔다드리고, 서울에 올라오신 어머니는 며칠 뒤 병원에 입원하시고 결국 두 달이 안 돼서 그 병원에서 다시 나오지 못하시고 임종 면회를 한 게 마지막 모습이 되었다.

코로나 시국이라 면회도 안되고, 찾아볼 수도 없고, 올라오시면 이곳저곳 구경하고 맛있는 거 사드리고 몇 번은 몇 년은 더 계실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늘 그럴 듯이 부모님은 자식을 기다려 주지 않는 거 같다.

 

누나 형, 그리고 매형들, 와이프 한 시간 넘게 검시관을 기다로 심근 경색에 의한 심정지로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차갑게 누워계신 아버지를 보게 되었다. 2~3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손은 이미 차가워져 있었다.

 

3~4년은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일로 인해 또다시 상주가 되었다.

5남매를 키우느라 참 고생을 많이 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로 기억될지 모르겠지만 그냥 기댈 수 있는,

뒤에서 바라봐 주는 따뜻한 아빠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막내 수빈이가 4~5살 때 시골집에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따라가는 모습이 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손녀 딸은 너무나 이쁘지만, 특히 수빈이는 아버지가 많이 이뻐했던 거 같다.

제일 어려서이기도 했지만, 아버지도, 나도, 수빈이도 막내여서 그랬던 건 아닐까?

 

심정지라는 게 아무도 준비를 할 수 없는 거라는 거를 정확히 이해를 하고, 내일을 위해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는 것들이 잠시 우스워지기도 했다. 책을 읽고, 블로그를 쓰고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그런 모든 일들의 목적이 결국은 지금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인데,

한 달 뒤 하루 뒤, 심지어 5분 뒤에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바둥 거리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자 블로그 쓰는 것도 귀찮아지고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시간이 좀 지나야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거 같다.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장례식이 끝나고 아버지를 어머니 옆에 모셔다드리고 잠시,, 몇 분 보다가 납골당을 나왔다.

왠지 두 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 그 자리가 불편했고, 아린 가슴 때문에 더 쳐다보기가 싫었다.

 

아직도 느낌이 없는 아버지의 부재...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내 마음의 정리가 될 거 같다.

지금 당장은 막내 수빈의 입시가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하고 지원할 뿐...

그러고 나면, 잠시 나를 돌아보는 여행을 가고 싶다.

와이프가 싫지만 않다면, 같이 가고 싶지만 원치 않을 수도..

 

그리고 이제 유일하게 살아계신 부모님, 장모님을 좀 더 자주 찾아뵙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듯하다.

돌 아기시면, 아무 의미도 없는...

 

아버지.

이제 아프지 말고 엄마 만나서 편히 쉬세요.

두 분 다 고맙고 사랑했습니다.

 

2024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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