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두 분이 모두 가시고, 막내딸도 수능이 끝나고 그제 성적표가 나와 어떤 대학을 가야 할지 알아보는 시기가 되니 ( 다행히 막내 녀석은 인서울 4년제를 갈 수 있다고 한다. ) 1월 구정 연휴 때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
와이프도 국시를 준비 한다고 한 달 가까이 막내 녀석과 독서실을 다닌 보람이 있는 건지 시험을 잘 봤다고,
1급 시험을 통과 할거 같다고 한다.
둘째 녀석이 재수 기숙학원에 들어 간다고 했을 때 어떤 분이 징역 10개월에 벌금 3천만 원이라고 했는데, 실상은 벌금 4천만 원이 넘었다. 그 생각을 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거는 아빠라서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막내 녀석도 대학 입시에 좋은 결과를 얻어 인생에서 몇번 오지 않을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여름에 50평생에 처음으로 금융사기를 당해서 가지고 있는 재산의 상당한 금액에 피해를 보고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일을 겪었을때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다.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혜쳐나가야 하는지 막막해서 한동안 많이 힘들었었다.
가족들의 삶에 좋지 않은,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만든데 너무나 미안했다.
왜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수습을 해야하는지...
10여 년의 경제적 노력의 결과가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린 이 상황에 자책감에 아직도 그 부분을 다 떨쳐내지 못했지만,
막내아이의 입시가 끝나고 직장생활 25년 만에 처음으로 10일 이상의 휴가를 내서 4 식구가 호주 멜버른으로 여행을 가기고 했다.
큰딸 현이를 보지 못한 지가 2년 반이 넘었다.
와이프는 작년에 갔다 왔지만 혼자 힘든 길을 가기로 한 큰딸 마음이 약해지고 부모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아,
현이가 처음 호주로 갈 때 아빠는 네가 졸업할 때까지 안 갈 거고 졸업을 해서도 호주에서 직장을 구하고 그곳에서 살라고 정을 떼어내는 말들을 했었다.
고등학교 중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본다고 했을 때
아이를 가장 믿고 응원해줘야 하는 부모였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울면서 경제적 지원을 해달라고 하는 아이에게 참으로 냉정한 말들을 했더랬다.
지금도 남들보다 더 노력을 해서 호주로 간 이유와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을 했으면 하는 그 마음은 변화가 없지만
부모님이 가시고, 막내딸 입시가 끝나고 이제 가족들 여행을 부담 없이 갈 수 있어 다시 만나게 되니
그런 정 떨어지는 말들이,
그냥 한국에서 조금 아빠의 기대에 미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가끔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 밥 한 끼 같이 먹을 수 있는 그런, 소박한 꿈을 응원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차피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이상,
이제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말없이 응원하는 게 내가 할 일인 거 같다.
거의 3년 만에 다섯 식구가 모두 모여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제는 큰딸한테 얘기하고 싶다.
호주 생활이 힘들면... 한국에 들어와도 된다고.
세 딸들에게 얘기 하고 싶다.
좀 천천히 가도 된다고.
너희들이 무얼 하든, 아빠는 너를 응원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막내 수빈이.
수능 공부 하느라 고생했다.
대학교 들어가서 네가 하고 싶은 꿈을 찾아서 열심히 살면 좋겠다.
사랑한다.
아빠가
2024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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