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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딸에게 쓰는 아빠의 편지

2023년 10월 3일 - 수능보는 딸에게 쓰는 아빠의 편지

by 딸부자 라이언 2023.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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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에게

 

어제 편지를 썼어야 했는데, 연휴라 아빠가 까먹고 있었네.

 

이제 10월이 되었네. 수능이 이제 한 달 조금 더 남았네

아침에는 이제 조금 쌀쌀하기도 하다. 단풍이 시작되었다는 뉴스도 나오고.

 

오래간만에 오는 긴 연휴였는데, 가족 3명이 있으니, 아빠는 조금 허전하기도 하다

수빈이랑 엄마랑 해서 예전같이 전 부치고 했지만 식구들이 적으니 명절 분위기가 덜 하네

외할머니 집에도 가고, 가서 감도 따고, 닭 계란도 담아 오고, 밤도 줍고....

이런 일상들이 아빠는 그립다. 어서 시간이 지나서 연이가 대학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엄마랑 오래간만에 춘천으로 닭갈비 먹으러 갔다.

몰랐었는데, 춘천 의암 호수 주변이랑 경관이 너무 멋있더라고.

연이 수능 끝나면, 우리 가족 꼭 다 같이 와서 맛있는 거 먹고 구경했으면 좋을 거 같다.

 

기숙 학원 선생님들도 명절 세니, 이번 연휴는 조용히 공부하는 데 시간을 보냈을 거 같네

엄마한테 전화하는 거 듣기 했는데, 목소리가 밝아서 다행이다

 

아빠도 20살 전후 참 좋았던 시절이었지만,

그때 기억 때문에 별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

연이는 아빠보다 훨씬 더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거야

 

핸드폰에 있는 쌍둥이 사진을 보면, 그때는 딸들이 이렇게 빨리 클 줄 몰랐었어

그때 더 많이 이뻐하고, 더 좋은 거, 맛있는 거, 더 많이 시간을 보냈어야 했는데

훌쩍 커버려, 이제 성인이 된 너를 보니 아빠가 뿌듯하면서도 아쉽기도 하다.

이제 조금씩 부모 품을 벗어나 네 인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마음이 초조해지고 그럴 텐데,

그럴수록 차근 차근히 2월에 기숙 학원 들어갈 때, 그때 막막하던 시간을 생각해 봐라

지나갈 때마다, 한 번씩 네가 거기에서 가족과 떨어져 수용소 같은 기숙 학원에서 재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온전히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집중하기 바란다.

그동안 네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 그것 들이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다짐 또 다짐하면서

남은 시간 너에게 주어진 시간을 아껴서 지내도록 해라.

 

아빠가


꽃을 피울 준비

겨울이 없으면 봄이 오지 않는다.

겨울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춘다.

그러나 봄은 꽃을 피우며 세상에 자신을 활짝 드러낸다.

그러나 꽃을 피운 것은 봄뿐만이 아니다.

 

겨울도 내내 봄에 피울 꽃을 준비하고 있다.

한 알의 씨앗은 땅속에 묻혀

한겨울을 지나고 나서야 마침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땅속 깊이 묻혀서 한겨울을 지내고 나면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 이진희의《광야를 읽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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