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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 딸에게 쓰는 아빠의 편지

고3 딸에게 쓰는 아빠의 편지

by 딸부자 라이언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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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아

 

오래간만에 편지를 쓴다. 벚꽃이 지고 아파트 단지 곳곳에 철쭉이 피어서 참 아름답고 사람들이 주말마다 나들이 가는데 수빈이는 묵묵히 독서실 다니는 모습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렇다.

 

이제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수빈이는 정시를 목표로 하니까 혼자 다른 공부 한다고 하던데.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쌍둥이 언니들이 가는 길을 보면서 수빈이는 더 야무지게 하고 있는 거 같아서 너무 기특한 거 같아.

 

막내라서 매일 엄마 아빠한테 어린양 부리지만, 가끔은 수빈이가 언니들 보다 어른스러울 때가 있더라고. 아마도 언니들과 달리 혼자였기 때문에 그런 건지.

더 독립심도 강하고 의지가 강할 때가 있는데, 가끔은 네가 쉽게 지치는 모습에 아빠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아빠가 얼마 전에 읽은 책에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 미래의 나와 단절되면 근시안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조금 더 멀리 보고, 조금만 더 참으면 그동안 중고등학교 6년을 학원과 독서실, 과외로 보낸 시간에 대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거야. 가장 힘겨웠던 순간들이 삶에 진정한 교훈을 준다고 하더라고.

 

이제 고3이 시작된 지 한 달 반 정도를 지났는데 조금 있으면 날 더워지고, 더 공부하기 싫은 시간들이 올 거야. 장마철 되면 집중도 안 되고, 한여름 되면 더 손을 놔버리고 싶은, 네 의지를 시험하는 지루한 시간들이 다가올 거다.

그 긴 장마와 뜨거운 여름을 얼마나 너 자신에게 충실했는지 날씨가 선선해지면, 조급해지는 마음과 함께 네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항상 성실하게, 꾸준히. 그것밖에 방법이 없는 거 같아. 수빈이 보다 30년을 더 살아서 50살이 넘었지만, 미안하지만 공부에 대해서는 이쁜 막내딸한테 특별히 알려줄 수 있는 비법이나 비결이 없는 거 같아. 결국은 네 의지로 네 시간을 성실히 살아야 하는 일이니까.

 

아빠가 수빈이 공부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진 못하겠지만, 가끔은 어린양 부려도 괜찮다. 성적이 조금 떨어져도, 공부가 하기 싫어서 잠깐 머리 식히며 한눈을 팔아도, 아빠는 이해한다. 아빠는 수빈이 보다 더 공부하기 싫어서 재수도 하고 했으니까.

 

조금은 천천히 가도 된다. 그렇지만 네가 가고 있는 방향은 항상 기억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네 노력으로 만들 수 있는 많은 것들이 하나둘씩 생길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아빠는 수빈이 항상 사랑하고 응원한다.

 

2024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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